책을 사고 이렇게 돈이 아까운 적은 처음이고, 악평을 남겨보는 것 또한 처음이다. 애초에 내가 직접 선택한 책이 아니었다는 비겁한 핑계라도 대고싶다.
책을 보면 100쪽 정도 읽었을 때, 책의 수준이 나온다. 이 책이 정말 전문가가 알고 쓴 것인지, 자신의 뇌피셜을 길게 풀어놓은 것인지. 이 책은 50쪽을 읽고 저자의 약력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인트로는 훌륭한 책이었다. 이전 포스트에도 썼듯이, 스타벅스의 성공이 개별적인 요소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다요소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보니, 책의 표지부터 소름이 돋는다.
'300만뷰, 베스트셀러 골목의 전쟁 저자 김영준의 마켓 인사이트'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거짓말 - 정말로 그게 성공의 비법이긴 한 겁니까?'
내가 군대 헬스장에서 소름돋는 광경을 발견했다. 턱걸이를 한 개도 못하는 사람이 턱걸이를 가르치고 있었다. 이 책과 비슷한 양상이다. 기업가의 성공을 공개된 정보만으로 분석을 하고, 이를 책으로 냈다는 것이 출판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대부분은 운이라는 단어로 도배가 되어있다, 스타일난다가 성공한 이유? 다양한 이유들로 그것이 꼭 운 때문은 아니지만 운은 중요하다라는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다음은 책의 몇 가지 소제목이고, 그에 대한 내 의견이다.
'정말로 그게 성공의 비법이긴 한 겁니까?' -> 성공의 비법 '중 하나'이다.
'프릳츠가 몇 년 뒤에 오픈했다면 성공했을까?' ->다른 방식으로 성공했을 것이다
'과연 타고난 재능은 없는 것일까?' -> 타고난 재능은 있다. 하지만 게으른 천재는 성공하지 못한다.
'압도적인 자원은 사업을 시작하기에도, 성공하기에도 유리하다' -> 압도적인 자원 없이도 성공한 사람은 많다. '린스타트업' 의 개념으로 성공한 사람은 압도적인 자원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스타일난다가 성공의 궤도를 따라가던 시기와 환경을 살펴보면, 그 재능이 극대화될 수 있는 시기를 만났기 때문에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임을 알 수 있다' -> 스타일난다의 대표는 그 시대가 아니었더라도 괜찮은 수준의 기업을 차렸을 것이다. 그녀의 성공 비법은 결단력과 실행력이다.
'절박해야 성공한다고?' -> 절박하지 않은 사람은 성공하지 못한다.
'성공은 고난과 고생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 고난과 고생이 없이 성공할 수는 없다.
'잘되는 곳이 더욱 잘되는 이유' -> 안 되는 곳이 왜 더욱 안 되는지도 고민해보자.
대기업이라서 성공하는 데 유리했다, 시기를 잘 만나서 성공하는 데 유리했다, 타고난 재능이 있기 때문에 유리했다, 아! 물론 이것이 전부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중요하다.
도대체 이 책이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노력 없이 성공했다는 것이 오히려 거짓말이다.
또한 굉장히 불쾌한 대목이 있었는데, 바로 학벌에 대한 대목이다. 우리나라에는 학벌에 따른 서열화가 확실히 존재한다. 나 학벌의 서열화가 주는 메리트를 많이 느꼈다. 학벌이 무슨 태어나면서 달고 태어나는 것처럼 저자는 표현을 하는데, 학벌이야말로 철저히 노력이 만든 성공이다. SKY에 소득이 높은 부모의 아이들이 많다는 통계는 유명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내 학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학교인데, 나는 이 학교를 들어가기 위해 하루에 14시간씩 공부했다. 이것이 노력이 아니고 운이라고 생각하면 유감이다.
온갖 핑계를 들이댈 것이다. 너는 좋은 동네에 살았으니까, 너는 부모가 그래도 용돈을 주잖아, 너는 뭐 어떻잖아. 우리 동네에 나보다 잘 사는 애들은 수두룩하고, 나보다 못 사는 애들도 좋은 대학 간 케이스가 수두룩하다. 무얼 보고, 일반화를 시키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서울대를 못 간 이유는, 우리 부모가 강남에서 날 가르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서울대 간 사람보다 공부를 열심히 안했기 때문이다.
물론, 운도 당연히 작용한다. 하지만, 5등급인 학생이 운이 좋다고 1등급을 맞는 것이 아니라, 1등급 학생이 수능 당일 운이 좋으면, 더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다. 수능이 어려워서 저 학생이 유리했다, 수능이 쉬워서 저 학생이 유리했다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금수저론을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그것에 매몰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해방촌의 쿠촐로 라는 식당의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쌍용건설 회장의 둘째 아들이 사장인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설명한다. 후반부에 그가 했던 노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라고 서술하지만 그의 성공을 단순히 노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애초에 사례 자체가 금수저론을 설파하려고 선정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골목식당에 출연해 화제를 얻은 연돈은 현재 조그마한 가게에서 큰 가게로 성장했다. 골목식당이라는 매체가 그 식당을 홍보했다는 것에 주목할 것인지, 연돈 사장님이 훌륭한 질의 돈까스를 만들었다는 것에 주목할 것인지 잘 선택해야한다. '백종원 때문에 성공했네~' 라는 말을 하기에는 골목식당에 나온 처참한 주방환경의 식당들을 설명할 수 없다.
서론으로 돌아가서, 턱걸이를 못하는 사람이 턱걸이를 가르치는 것은 모순적이다. 기업가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기업의 성공 요인을 공개된 정보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책이다.
저자가 문제를 제기한 점은 공감한다. 성공에 대한 이론을 너무나 아름답게만 포장한 책이 많다. 그 책에 대한 저격인 것 같은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책은 애초에 내 책장에 들어오지 못한다. 이 책을 계기로, 서점에 가면 나는 저자의 약력을 꼭 확인하고, 업적을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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