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의 6개월이 끝났다. 많은 유저가 사용하고 있고,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서 사업 개발 포지션으로 일하고 왔다. 나 역시 창업을 하려는 사람으로서, "지식"을 많이 배우기도 했고, 반면교사 삼아야 할 점도 많이 발견하고 왔다. 그 중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기업의 품격이다.
품격은 빅데이터다.
사소한 생활, 언어 습관들이 모여 품격을 형성한다. 마치 관상이 그 사람의 인생의 빅데이터를 담은 것과 같이, 품격도 일생 동안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품격을 형성하는 요소를 뽑아봤다.
1. 언어
"걔네가 원하는 게 뭐래요?" 대표가 고객사를 지칭할 때 "걔네"라고 했다.
김승호 님이 집필한 돈의 속성이라는 책에 한국 굴지의 기업의 대표를 데리고 작가가 해외에 나간 에피소드가 나왔다. 그 곳에서 작가가 가장 놀랐던 점은, 꽤 큰 기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중, 타인을 지칭할 때 존중하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고 한다. "멍청하다" "걔네" "저게" 이런 사소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평소에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으면 무심결에 나올 수 있다.
고객사는 우리에게 돈을 주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상이다. "걔네" 라는 표현은 고객사의 돈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고객사의 돈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가진 회사가 어떻게 더 많은 고객사를 끌어 모을 수 있을까?
"돈의 속성" 에서는 돈은 사람과 같다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며,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처럼 돈도 존중해야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없겠지만, 심판한테 버럭하고 상대편 감독에게 악수를 건넨 벤투처럼 몸에 존중이 체화될 수 있도록 매 순간 자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패션
나는 옷에 정말 관심이 없는 사람 중 하나였는데, 이번 회사를 다니며 옷에 굉장한 관심이 생겼다. 멋쟁이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깔끔하게 보이기 위해서다. 아무리 사람의 내면을 봐야한다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은 깔끔해야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피곤해서 부은 눈, 떡진 머리, 떡진 머리를 감추기 위해서 쓰고 온 모자, 버짐이 잔뜩 핀 피부를 보면서 그 사람의 생활이 정돈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일류 기업의 대표는 기본적으로 정돈된 생활을 하고 있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깔끔한 패션을 하고 있으며, 단순하고 깔끔한 외관을 가지고 있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대표는 더욱 내부에서 패션을 신경써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대표는 히어로다. 대표가 너무 멋있어서, 대표의 비전이 훌륭하고 존경스러워서 입사하는 비율이 30%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그 히어로가 떡진 머리를 하고 있고,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 하루 이틀은 동정심이 들겠지만 그 이후에는 못나 보일 가능성이 높다.
3. 자세
앉아있는 자세와 듣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공유 오피스를 썼던 우리 회사는 고개만 돌리면 대표를 볼 수 있었다. 대표의 자세는 항상 구부정하고 삐뚤어져 있었다. 저러면 허리가 남아날까 싶었다.(나 역시 구부정한 허리에 엄청난 거북목을 한 사람이라 더욱 내 눈에 잘 띄었나 싶다) 올곧은 자세를 한 사람이 꾸부정한 자세를 한 사람보다 잘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겉으로 보이는 몸의 자세이긴 하지만, 또 한 번 그의 생활이 정돈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하게 되는 계기였다.
듣는 자세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간회의를 하는데, 내가 말하고 있는 타이밍에 대표가 핸드폰을 보거나, 먼 산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인턴이었고, 주간회의는 2시간이었으며, 내 발언 시간은 채 30초가 되지 않았다. 일주일에 단 30초도 나의 발언에 집중해줄 수 없는 대표라니, 실망스러웠다. 나름의 생각이 있었고 고민이 있었겠지만 나를 그냥 인턴 나부랭이 취급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위 세 가지 요소는 나름대로 내가 생각할 때 품격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내가 조직을 이끌게 될 때 주기적으로 되돌아보고 점검하려고 한다. 생각보다 직원은 대표에게 관대하지 않다. 매 순간 대표는 관찰 당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예전 회사의 구조처럼 대표는 단독 공간에서 직원의 눈에 띄지 않게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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